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주간의 격리를 마쳤다. 오는 17일부터 이 부회장의 일반인 접견이 가능해지면서 삼성전자의 국내외 대규모 시설 투자 및 인수합병(M&A) 결정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4주간 격리를 마치고 전날 일반 수용실로 옮겼다.

4주 격리 기간 이 부회장은 변호인 접견만 가능했다. 이 부회장의 격리가 해제되고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도 2단계로 완화되면서 변호인단은 변호인 접견실에서 대면 접견을 할 수 있고 일반인 면회도 허용된다.

일반인 접견이 가능해짐에 따라 삼성전자의 최대 현안인 반도체 시설 투자 결정에 대한 의사 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이인용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면회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정부가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전자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률을 높이기 위해 동맹국들과 적극 협력하면서 재정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수요의 20%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500억유로(약 66조9,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을 비롯해 애리조나, 뉴욕 등에서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20조원가량의 거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터파기 공사를 시작해 올해 본격 착공에 들어갈 평택 3라인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평택 3라인 투자 규모는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 주정부들과 협의 중이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에 대한 의견 차가 있어 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 부회장의 일반 접견이 가능해진 만큼 삼성의 결단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가족의 면회도 시작되면서 고(故) 이건희 회장 재산에 대한 상속 문제도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기한은 오는 4월까지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일반 접견이 시작돼도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접견은 하루에 1명, 10분만 허용되고 서류 및 휴대전화 반입도 금지된다”면서 “10분간 경영진의 구두 보고만 듣고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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