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로 단기간 내 집값이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경기 의왕과 안양 등 서울 외곽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GTX 신설 호재로 급등했던 수도권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최대 수억원씩 떨어지는 등 집값 하락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경기 의왕시 의왕내손e편한세상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기존 호가 대비 2억~3억원 낮은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 대기자들이 시큰둥하다"며 "지난해까지 수억원씩 오르던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이후에는 매수 문의마저 끊겼다"고 전했다.

단기간 내 GTX 호재가 집값에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형성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값이 38.56% 급등하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의왕에서는 2억~3억원 낮춘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3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하락했다. 인천은 지난주와 같이 -0.05% 하락했고, 경기도는 이번주 -0.02% 내려가며 지난주보다 하락 폭을 다소 줄였다. 지역별로 이천(0.28%)·평택시(0.04%)는 직주근접 수요 등 영향으로, 고양 일산서구(0.11%)·일산동구(0.09%)·성남 분당구(0.05%) 등 일부 1기 신도시는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 등으로 상승했다. 반면 시흥(-0.15%)·의왕(-0.12%)·화성시(-0.09%)·수원 영통구(-0.11%) 등은 매물이 적체되고 거래심리가 위축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실거래가가 하락 단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6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던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2일 12억8300만원에 거래됐다. 신고가 대비 3억5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또 지난해 8월 12억4000만원까지 상승했던 안양시 푸른마을인덕원대우아파트(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일 8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9개월 만에 4억원이 하락했다.

부동산시장에선 GTX 호재로 급등했던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중론이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지난달 10일 시행된 가운데 기존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매물이 늘어난 데다,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또 대출 규제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로 예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부동산 거래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이어 오는 7월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를 예정대로 실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GTX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했으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GTX 등과 같은 교통 호재가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 수요를 자극하면서 단기간 내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다주택자 절세 매물 증가와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단기간 내 급등한 아파트 단지부터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실제 GTX 개통까지 최소 6년 이상 소요되고, 개발 과정에서도 변수가 워낙 많은 사업"이라며 "수도권 GTX 수혜 아파트 단지의 가격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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