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SD 제공] MSD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제약사 머크(Merck)가 개발하고 한국엠에스디가 수입하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캡슐’(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 승인을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라게브리오캡슐은 국내 두 번째로 도입되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주사형 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렵고 기존의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없는 환자(중증 간장애·신장애 환자 등)에게 사용된다.

라게브리오캡슐은 리보핵산(RNA) 유사체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과정에서 리보핵산 대신 삽입돼 바이러스 사멸을 유도하는 의약품이다.

연령, 기저질환 등으로 중증 코로나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 성인 환자에게 사용되고, 팍스로비드 등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거나 다른 코로나 치료제가 임상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환자에 한해 사용된다.

하루에 800㎎(200㎎ 4캡슐)씩 2회(12시간마다) 5일간 복용해야 하며,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고 증상이 발현된 후 5일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해야 한다.

수유부의 경우 마지막으로 약을 복용한 후 4일간은 수유가 권장되지 않으며, 가임기 여성의 경우 마지막 복용 후 4일 간은 피임해야 한다. 가임기 남성의 경우 마지막으로 약을 복용한 뒤 3개월간 피임해야 한다. 임산부나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는 사용할 수 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라게브리오캡슐 임상시험 중 관찰된 부작용은 설사(1.7%), 메스꺼움(1.4%), 어지러움(1.0%)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이었다. 식약처는 약물이상반응 발생률의 경우 시험군과 위약(가짜약)군이 유사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사항이 낮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질병관리청이 작년 11월 17일 식약처에 라게브리오캡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했고, 식약처는 임상시험 결과, 품질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감염내과·독성학·바이러스학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 11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 국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라게브리오캡슐의 긴급사용승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이어 “다만 동물시험 자료와 임상시험 자료 검토 결과를 고려해 임부와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에는 투여하지 않도록 하는 등 대상 환자군을 일부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게브리오캡슐은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라게브리오, 팍스로비드보다 효과는 낮지만 약물상호작용 없어

라게브리오 긴급사용 승인은 확진자가 폭증한 상황에서 팍스로비드 재고의 여유가 없고, 팍스로비드 병용금기 의약품 성분이 총 28종(국내 허가된 성분은 23종)에 달해 일부 환자들에게 처방이 어려운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라게브리오는 병용약물 사용이나 음식물 섭취 제한, 신장·간 장애에 따른 용량 조절이 필요 없는 단일 치료제로,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결과에서 라게브리오 관련 약물상호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라게브리오의 최종 연구결과, 팍스로비드보다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 감염자의 입원·사망률을 낮추는 비율이 30% 정도로, 87%인 팍스로비드에 비해 크게 낮다.

작년 MSD가 발표한 전체 임상시험 등록 환자에 대한 추가분석 결과에 따르면, 입원 및 사망 위험이 위약군에서 9.7%인 반면, 라게브리오 치료군은 6.8%로 감소해 3.0% 절대 위험 감소율(absolute risk reduction, ARR)과 30% 상대 위험 감소율(relative risk reduction, RRR)을 확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몰누피라비르를 코로나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하긴 했으나, 예측했던 것보다 코로나19를 대응할 수 있는 역할이 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임기 여성과 남성의 경우 일정 기간 피임을 유지해야 하는 등 부작용 우려도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식약처는 앞서 팍스로비드를 긴급사용 승인했으나 라게브리오의 경우 승인을 보류한 채 검토를 이어왔다.

다만 식약처와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서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식약처 브리핑에 참여한 고려대안산병원 최원석 감염내과 교수는 “치료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은 환자 측면에서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사용 허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손우찬 병리과 교수도 “유전독성시험에서 태아의 체중감소, 태아의 성장지연 등의 부분에서 양성이 나온 바 있다”며 “그러나 유전독성 시험법은 굉장히 많다. 후속시험 등을 통해 실제 유전독성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유전독성 시험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과연 유전독성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 보면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 선계약, 이달 내 10만명분 공급

정부는 앞서 머크사와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달 내에는10만 명분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MSD 의학부 김수정 전무는 “라게브리오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중요한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 믿는다”라며 “라게브리오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입원 및 사망 위험을 줄이고, 환자들의 증상 개선과 빠른 일상 복귀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라게브리오캡슐은 영국・미국・일본 등 15개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긴급사용 승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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