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협력업체 대출회수"

한국GM 협력업체 대상 외상담보대출 ‘9000억원→1965억원’ 급감
금융권, 한국GM 관련 금융거래 적극적으로 회피…"철수說 사전대응"

지난 16일 미국 GM본사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사이의 ‘15년 경영권 지속’ 약속이 만료되면서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나돌고 있지만, 한국GM 협력업체는 사실상 ‘GM철수 후폭풍’을 미리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1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서울 관악갑)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신한, KEB하나, IBK기업, 경남은행 등 한국GM 납품업체를 상대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취급했던 시중은행들의 이 대출 한도는 2014년말 9000억원에서 지난 2분기말 현재 1965억원으로 5분의 1 토막났다. 이 통계는 최근 2~3년 사이에 시중은행들이 한국GM과 연계된 금융거래를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게 남품하는 물품 대금을 담보로 설정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은 거래”라면서 “시중은행들이 거래 한도를 2~3년 사이에 눈에 띌 정도로 축소한 것은 신규거래를 취급하지 않으면서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한국GM 외상매출담보대출 한도 축소 움직임은 우리은행이 앞장섰다. 우리은행은 2014년말 4000억원이었던 한국GM 관련 이 대출 한도를 2015년말 3000억원으로 줄인 뒤 2016년에는 대출을 전액 환수했다. 2014년말 300억원, 2015년말 200억원, 2016년말 100억원으로 이 한도를 순차적으로 줄였던 경남은행도 올 2분기 중 관련 대출을 전액 회수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000억원이었던 한도를 4분의 1 수준인 250억원으로 축소했고, IBK기업은행도 1700억원에서 약 1000억원을 줄인 715억원으로 한도를 조정했다. KEB하나은행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한도를 2015년말까지 2000억원으로 유지하다 2016년말 1500억원으로 축소했고, 올 2분기에 1000억원으로 재조정했다.

한국GM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한도 축소 움직임은 자동차 업종 전체와 비교해서도 이례적이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에 대한 시중은행의 이 대출 한도 총액은 2015년말 6조3000억원 가량에서 올 2분기말 5조8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GM의 한도가 7000억원 가량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GM 협력사를 제외한 나머지 자동차제조사 납품업체들의 대출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들이 한국GM 관련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는 한국GM의 악화된 영업실적 탓으로 볼 수 있다. 2013년까지 흑자기조를 이어왔던 한국GM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2014년 1400억원대였던 적자규모는 2015년 7048억원, 2016년 5219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약 4000억원의 순손실을 본 것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3~4년 사이에 손실규모가 큰 폭으로 커지면서 한국GM의 부채비율은 435%에서 8만5000%로 치솟았다. 누적된 영업손실로 인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한국GM의 지불 능력을 담보로 한 신용거래는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한국 GM 관련 외상매출담보대출 한도를 ‘대출 회수’ 수준으로 축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기업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GM본사는 2013년말 소형차 브랜드인 쉐보레의 유럽 시장 철수를 발표한 이후 글로벌GM 브랜드 내에서 한국GM의 비중을 줄여왔다. 수출용 차량 생산이 중단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2015년 15조원 규모였던 한국GM의 매출은 지난해말 12조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GM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생산 규모를 유지하기보다는 한국 내수 판매용 차량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한국GM 협력업체의 기존 대출을 회수할 정도로 빡빡한 여신 관리에 나서는 것은 한국GM과 장기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이 2002년 산업은행과 체결한 ‘15년간 경영권 유지’ 조항의 효력이 종료되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이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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