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 개발및 공급업체 측이 4일 남미에서 발생한 백신의 배송 지연 문제를 이달 중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측과 일찌감치 '스푸트니크V' 구매 계약을 맺은 남미의 과테말라와 아르헨티나 등은 구매한 백신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며 최근 잇따라 불만을 터뜨렸다. CNN 등 서방 언론은 '스푸트니크V' 백신이 남미 등 일부 지역에서 '수급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자체 홈페이지(https://sputnikvaccine.com)를 통해 백신 2차 접종분의 해외 배송 지연 문제가 생산시설의 확충으로 이달 중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9월에는 해외 위탁생산업체들의 백신 생산 물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백신의 수급에 문제가 불거진 것은 주로 2차 접종분이다. 2회 접종이 필요한 '스푸트니크V'는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아스트라제네카와 달리, 1차와 2차 접종 백신의 성분이 다르다. 그 결과, 백신의 예방 효과는 높아졌으나 생산 과정은 복잡해졌다. 특히 2차 접종분의 생산이 1차 접종분보다 좀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측은 백신의 배송 지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신의 해외생산및 유통을 맡고 있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은 현재 14개국의 제약업체들과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9월에는 세계 최대 백신 생산업체인 인도의 세럼연구소 등 해외 업체들의 본격 생산으로 백신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현장/현지 두마TV 캡처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항공기 선적/러시아-1 TV캡처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등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린 백신 구매 국가들은 백신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입장이다. 콰테말라는 지난달 27일 러시아 측과의 재협상을 통해 아예 계약 물량을 절반(1천600만→800만회)으로 줄이기로 했다. 과테말라는 지난 4월 RDIF측과 '스푸트니크 V' 백신 1,600만 도즈(1회 접종분) 구매 계약을 맺은 뒤 전체 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60억 루블을 선수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6월 말 기준으로 수령 백신은 15만 도즈에 그쳤다고 한다. 

러시아 측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과테말라는 계약 물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새로운 계약을 지난달 말 RDIF와 체결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초 RDIF에 서한을 보내 백신의 2차 접종분을 조속히 보낼 줄 것을 호소했다. 구소련권의 벨라루스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처음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시작한 아르헨티나는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2차 접종을 시작해야 하나, 백신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2차 접종 시기를 놓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아르헨티나 측은 서한에서 "7월 10일 전후로 도착해야 하는 2차 접종분 100만 도즈가 13일에야 겨우 절반(55만 도즈) 정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7월 중 받아야 할 백신 물량 중 1차 접종분 550만 도즈(1회 접종분)과 2차 접종분 1,310만 도즈를 제 때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RDIF는 이에 대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정상적인 공급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며, 9월에는 생산량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푸트니크V'의 물량 부족은, 국내외 제조업체들의 생산 능력을 과다 평가한 데다 생산 물량을 최우선적으로 러시아 국내용으로 돌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신을 맞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스크바 시민들/현지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생산 중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개발자측(가말레야 센터와 RDIF)이 위탁생산 업체들의 과대 평가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수출 계획을 설계하는 바람에 수급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달 중순 "국내 생산 백신을 국내 수요로 돌려야 하고, 수출은 해외에서 위탁생산된 물량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늘어나는 현지 백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백신 수출을 통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같은 수급 불안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등 서방의 백신제조 업체들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RDIF 관계자는 “전례 없이 급증한 백신 수요로 모든 백신 생산업체가 단기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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