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뉴시스 ]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에 라인플러스(네이버 계열), 그라운드X(카카오 계열), SK C&C(SK계열) 등 '3파전'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이르면 다음 모의실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CBDC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디지털 화폐 도입 논의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국제결제은행(BIS) 같은 국제기구들과 디지털 달러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에 연동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한은도 우선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한다. 이어 오는 8월 모의실험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올해 말 1단계 실험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2단계를 합친 총 사업 기간은 올해 8월부터 내년 6월까지 10개월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BDC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과 관련해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소요될 것이다. 당장 발행 필요성은 크지 않지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와 함께 총 49억6000만원 규모로 진행되는 한은의 이번 모의실험은 크지 않은 규모 사업이지만 향후 CBDC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이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 카카오, SK 등은 향후 한은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본격화할 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CBDC 사업 입찰 경쟁에 참여해 미래 사업의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자체 제작한 회사로 이를 빗썸에 상장시키는 등 관련 사업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특히 그라운드X는 올해 4월 미국 블록체인 기술업체인 '컨센시스'와 CBDC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컨센시스는 싱가포르·호주·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 CBCD 구축에 필요한 기술들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다.

또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플러스는 네이버 금융자회사 네이버 파이낸셜과 IT시스템 업체 LG CNS가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 서비스 운영하고 있어 결제 관련 노하우가 있다. LG CNS는 지난 3월 신한은행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CBDC 플랫폼 시범 구축 사업을 한 바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 라인플러스와 함께 네이버 파이낸셜이 CBDC·금융 플랫폼 제공, LG CNS가 IT 시스템 개발·통합 작업을 맡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유일하게 주사업자로 참여하는 SK C&C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가 협력사로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

SK C&C는 지난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제트'를 선보이며 시스템 구현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SDS는 입찰 후보로 거론되던 이번 사업에 불참했다.

업계에서는 한은의 CBDC 모의실헙 사업에 참여한 빅테크 공룡들의 경쟁이 향후 주도권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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