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비스페놀A(Bisphenol A, BPA)에 노출되면 태아의 뇌에 여러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태아의 뇌 발달을 방해해 태아에게 각종 신경질환이나 발달장애로 인지능력, 운동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안전성평가연구소(소장 정은주)는 14일 "임신한 실험동물을 통해 이 화학성분이 태아의 뇌 발달 단계에서 신경세포의 생성 및 기능에 독성 영향을 미침으로 행동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이번 연구로 임신 중 화학 물질의 노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의 기본적인 플랫폼 구축이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연구를 통해 향후 뇌 질환과 유해화학물질 간의 인과관계를 추가로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임산부의 BPA 노출과 태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동물이나 사람의 체내로 유입될 경우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교란하는 내분비 교란 물질로 작용한다 점을 들어 악영향을 짐작했을 뿐이다.

연구팀은 분자생물학적 시험을 통해 임신 중 BPA 노출은 태아의 뇌 신경세포 생성을 억제해 신경세포 수가 감소시켰다. 이로 인해 시냅스의 형성에 영향을 미쳐 시냅스 기능이 저하됨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시냅스(Synapse)란 서로 다른 신경세포(Neuron)들이 접합하는 부위로, 한 신경세포에 있는 흥분이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되는 역할을 한다. 

또 BPA 노출에 따라 흥분성 시냅스가 대조군 대비 32% 감소함을 확인했으며, 태아의 뉴런 수상돌기 길이가 22%가 감소했다. 
뉴런의 수상돌기에는 가시돌기가시가 최대 1만 개 발생하게 되는데, 가시돌기 가시 감소는 뉴런의 연결이 적어지게 됨에 따라 학습 저장 장소가 줄어들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태아의 뇌 신경세포 발달은 미각과 후각, 청각 등 감각기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기억력, 사고력 발달을 위한 복잡한 연결망이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BPA 노출로 태아의 뇌 신경세포가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 각종 신경질환이나 발달장애로 다양한 뇌신경 질환으로 인지능력, 운동기능 저하 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게 연구팀이 설명이다.

연구팀은 “BPA 노출로 태아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것은 자가포식(Autophagy) 활성화가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BPA의 노출이 신경 신호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신호전달 활동도 감소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정상적인 뇌 발달은 향후 청소년기의 과잉행동 및 사회성 결여와 같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가민한 박사는 이 연구에 대해 “신경학적 연구에서부터 신체적 행동 장애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영향평가를 수행한 점에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BPA의 유해성에 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인체 일일 노출 허용량 설정 시 직접 노출 뿐 아니라 임신 중 태아 노출과 같은 간접 노출에 의한 2차 부작용을 포함한 위해성 평가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가 박사의 설명이다. 

해당 연구는 ‘임신 중 Bisphenol A(BPA) 노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평가’(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 중견연구와 기관 주요 사업의 ‘생활환경 유해물질 대체 친환경 신소재 개발 및 플랫폼 구축’ 연구 결과로 인지뇌과학 분야 상위 10% 이내 권위지인 ‘Cerebral Cortex'에 6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