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코로나19(COVID-19) 4차 유행이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틀 연속 3000명을 넘었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한 달 새 14배 폭증했다.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했던 일본 정부는 '중점조치' 카드를 꺼내려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일본 센다이시 주변과 고베시의 병상 이용률이 90%에 육박했다며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병상 부족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센다이시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가 확산했다. 미야기현 집계에 따르면 센다이시를 포함한 권역 내 의료기관 병상 이용률은 이미 90%대로 추산된다. 의사들로 구성된 조정 기관이 확진자들의 입원처를 결정하고 있지만, 병상 부족으로 인해 위독해지기 전 권역 밖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있다고 미야기현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달 한 확진자는 센다이시 내에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30km 이상 떨어진 오사키시로 옮겨졌다.

효고현 고베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8일 기준 가동 중인 병상의 90%가 이미 사용 중이다. 고베시 관계자는 "이전 같았으면 바로 입원치료를 받았을 수준의 확진자도 현재는 빠른 입원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고베시는 시립병원에 일반 진료를 더욱 제한하고 코로나19 감염자의 병상을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역의사회와 협의해 자택 요양 및 입원 대기 중인 환자를 위해 의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병상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감염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에는 장기 입원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병상 회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3월 말 일본의 변이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 수는 2월 말보다 14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2월 22~28일 일주일간 56명에 그쳤던 일본 내 변이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는 3월 22~28일 767명으로 늘었다. 특히 간사이권에 변이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가 집중했다. 효고현이 가장 많은 201명, 이어 오사카부가 180명으로 집계됐다. 센다이시의 경우 2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중 80%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은 지난 8일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를 개인실에서 관리하다 보니 병상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퇴원 기준을 재검토해 병상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확산세에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최근 현 상황이 4차 유행(제4파)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스가 총리는 지난 5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현시점에서 제4파라고 하는 전국적인 큰 물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면서도 "강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가 총리의 발언 이후인 지난 7일과 8일 연이틀 신규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으면서 일본은 4차 유행의 뚜렷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억제 조치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중점조치)가 의료 붕괴를 막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수도 도쿄도와 교토부, 오키나와현, 오사카부, 호교현, 미야기현 등 총 6개 지역에 중점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월 13일 시행된 코로나19 개정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조치로, 긴급사태 선언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음식점 등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명령할 수 있으며, 명령을 위반할 경우 20만엔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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