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원경찰서, 9일 김태현 세모녀 살인 전말 브리핑
- 작년 11월 게임에서 처음 만난 후 큰딸 세 번 만나
- "여자친구로 발전하면 좋겠다" 생각하며 호감 품어
- 연락 거부당하자 분노·배신감 느껴 살해키로 결심

경찰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 사건을 명백한 ‘스토킹 범죄’로 결론냈다.

경찰은 피해자 중 큰딸 A씨가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는데 앙심을 품어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범행 동기를 파악했다. A씨를 살해하는데 필요하다면 다른 가족들도 살해할 수 있다고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세 모녀 살해 이후 김태현은 극단적인 선택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으며 결국 경찰에 붙잡혀 살인 등 5개 혐의를 적용받아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만나주지 않자 배신감 느껴”…게임방에서 다른 사람인 척 다시 접근

경찰은 9일 김태현을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한 직후 노원경찰서에서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피해자(A씨)가 김태현의 연락을 받지 않기 위해 연락처를 변경하거나 명시적으로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표현한 이후에도 그런 정황을 보여 스토킹 범죄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대신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은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침해) 위반 등 5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과 큰딸 A씨는 작년 온라인 게임에서 처음 알게 됐다. 이후로 두 사람은 게임 채팅방을 시작으로 카카오톡, 보이스톡 등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지난 1월 초 강북구 모 PC방에서 단둘이 만나 게임을 했다.

경찰은 피의자와 주변인 진술을 종합한 결과 김태현이 A씨에게 호감을 품었지만, 연인관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김태현은 “A씨와 팀 단위로 게임을 하며 마음이 잘 맞았고 연락을 지속하며 여자친구로 발전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걸 위해서 노력하거나 주변에 그런 마음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과 A씨는 총 세 차례 대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1월 초에 이어 1월 중순께 단둘이 만났으며, 1월 23일에는 게임에서 알게 된 다른 지인 두 명을 포함해 총 4명이서 저녁식사를 했다.

지인과 저녁식사 당시 김태현과 A씨 간에 말다툼이 있었으며, 이튿날 A씨는 김태현에게 더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수신을 차단했다. 경찰이 2월 7일부터 A씨 주거지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김태현의 행적을 파악한 결과 한 차례 정도 주변을 배회하면서 기다린 것으로 파악했다.

김태현은 A씨로부터 수신 차단을 당한 후 공중전화를 이용해 연락하거나 지인을 통해 문자를 전달해 A씨를 만나고자 했다. 그러나 김태현은 A씨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고, 혼자서 분노와 배신감을 느껴 범행 일주일 전인 3월 중순께 A씨를 살해할 마음을 품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을 마음 먹은 뒤 우선 김태현은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던 본인 소유의 다른 아이디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닉네임을 바꿔 다른 사람인 척 A씨에게 접근해 대화하며 A씨의 근무 일정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김태현은 A씨가 지난달 23일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날 범행할 목적으로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김태현은 범행 당일 A씨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A씨가 종종 들르던 PC방을 찾았으며, 화장실에 들렀다가 인근 마트로 향해 흉기를 훔쳤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자료에 따르면 김태현은 당시 주변을 살피더니 흉기를 집어 들고 곧장 피해자의 주거지로 향했다.

김태현은 당일 오후 5시 30분께 A씨가 일하는 날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거지에 A씨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집에 들어갔다. 작은딸을 먼저 살해했으며, 차례대로 들어온 어머니와 A씨를 살해했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 “큰딸 A씨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거주지로 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은 세 모녀를 차례로 살해한 후 큰딸의 휴대전화를 열어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지인들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인했으며, A씨 메신저에서 친구 목록을 삭제하거나 수신 차단했다. 이 지인들은 2명으로 게임을 하며 알게 된 사람들이다. 이에 경찰은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도 적용했다, 작은딸과 어머니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 흔적은 없었다.

김태현은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할 목적으로 두 차례 자해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도중에 의식을 차린 김태현은 갈증을 느끼고 집 안에 있던 맥주와 주스 등을 마시기도 했지만, 밥을 먹거나 식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범행 당시 이웃 한 명이 비명을 듣기도 했지만, 복도식 아파트라 종종 외부인이 침입해 소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일로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태현의 정신 치료에 관한 부분을 파악했으나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구속 송치 전 프로파일러를 투입한 면담 조사를 2차례 진행했으며, 사이코패스 검사를 위해 앞으로도 심층 면담 통해서 분석하고 평가해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김태현은 이날 오전 9시께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포토라인에 서서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살아 있는 것도 정말 저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무릎을 꿇었다.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김태현은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잠시 스스로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유치장에 있을 때 피의자에게 마스크 착용 여부를 물었고 뜻대로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태현은 지난 5일 경찰이 공개한 사진보다 얼굴에 살이 쪘고 턱수염이 덥수룩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죄송하다”라고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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