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성 논란 확산
- 보건교사·돌봄 종사자 등 대상
- 잇단 혈전증 진단에 불안감 커져
- 당국, EMA 총회 후 입장 정리 전망
- 전문가 "이번엔 철저한 검증 필요"

 

[사진=뉴시스] 당초 AZ 백신의 부작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전문가들도 이번 CVST 사례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8일부터 전국의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 및 초중고교 보건교사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연기됐다.

국내에서도 연이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혈전증 진단 사례가 나와 접종 거부 사태가 우려된다. 그간 AZ 백신 접종의 안전성에 대해 말을 아껴오던 전문가들도 “이번에는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지난 7일 “지난 5일 신고된 중증 사례 중 한 건이 혈전증 진단을 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에 따르면 이번에 혈전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대 의료 기관 종사자로 지난달 18일 AZ 백신을 접종한 후 12일 만인 같은 달 29일 증상이 나타났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뇌정맥동혈전증(CVST)’ 진단 때와 같은 뇌 혈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무 기록상으로는 ‘폐혈전색전증’인데 최종 기록은 ‘심부정맥혈전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에서는 이번 사례가 현재 유럽 등에서 문제가 되는 CVST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백신 접종 후 혈전증 진단 사례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앞서 20대 남성이 AZ 백신 접종 후 CVST 진단을 받았지만 현재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고 사망한 60대 환자에게서 혈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망자는 부검에서 혈전 소견을 보였으나 당국은 백신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CVST는 뇌의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뇌정맥에 혈전이 발생해 뇌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혈전증과는 다르며 다양한 원인(코로나19 감염 포함)에 의해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전 세계 AZ 백신 접종 약 920만 회 중 총 62명에게서 CVST가 확인됐다. 그간 EMA는 AZ 백신의 부작용보다 접종의 이득이 더 많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EMA 고위 관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 백신 책임자가 “AZ 백신과 혈전 간에 연관성이 있음이 분명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EMA는 6일(현지 시간)부터 9일까지 4일간 EMA 총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당장 8일부터 약 7만 3,271명의 학교 및 돌봄 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보건교사, 특수 보육 교사 등이 포함되며 당국 집계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약 5만 450명이 접종에 동의한 상태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혈전증 관련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당수 돌봄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초 AZ 백신의 부작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전문가들도 이번 CVST 사례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접종 후 4~12일 사이 두통, 시야 장애가 심해질 때 CVST를 의심할 수 있고 조기 진단하면 사망을 방지할 수 있다”며 “해외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국내 기저율 측정과 발생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혈전 질환은 인종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위험과 이익 계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접종을 진행할 경우 아나필락시스 정도에 준하는 주의 사항과 모니터링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의 입장은 EMA 총회 이후인 오는 10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EMA가 혈전 관계를 더 분석해 이번 주 6~9일 EMA 총회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발표할 예정”이라며 “우리도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단 회의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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