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세모녀 살해' 피의자인 1996년생(만 24세) 김태현. 서울경찰청은 지난 5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태현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 사진 = 뉴시스 ]

경찰이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태현(24)을 상대로 한 조사에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한 가운데, 김태현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5일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김태현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분석했다. 퀵 배달기사인 척 일가족 집에 침입해 여성 세 명을 살해하는 등 범행이 끔찍한만큼 그의 범죄심리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김태현의 범죄 행각에서 사이코패스 뿐만 아니라 소시오패스적인 성향도 감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모두 사회에서 정상적인 규범이라고 여겨지는 틀에 자신을 잘 맞추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분류되지만, 이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보이는 구체적인 양상은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가 충동적인 성격에 이끌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범행을 저지른다면, 소시오패스는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는 성향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김태현의 범행 자체만 두고 봤을 땐 사이코패스적이지만 이를 계획하는 과정에선 소시오패스적인 모습이 보이는 셈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시오패스가 사이코패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치밀하게 계획을 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태현은 한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스토킹한 정황이 포착되고 범행 직전엔 피해자가 즐겨 찾던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까지 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세 모녀를 살해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살인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검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교수는 "김태현과 피해자는 정서적인 유대 등이 오갔을 만한 경험 자체가 없는 관계인데 김태현은 단지 자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일가족의 살인 계획하고 실행 옮겼다는 점에선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실수로 단체대화방에 보낸 사진으로 피해자 집 주소를 기억하는 등 모습을 보였던 김태현이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용의주도하게 행적을 쫓는 등 스토킹을 한 모습을 보면 소시오패스적 면이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김태현이 범행을 저지른 이후 시신과 사흘간 함께 생활하며 냉장고에서 술, 음식을 꺼내먹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사이코패스는 기태적이고 엽기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이어 "또 본인의 망상적인 사고가 강해지면서 피해자를 죽여야 할 본인만의 명분이 충동적인 과정에 의해 생겼다면 사이코패스적인 면도 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35분께 당시 집에 혼자 있던 둘째 딸과 이후 집에 들어온 어머니를 연이어 살해했다. 곧이어 귀가한 큰딸 A씨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태현이 지난 1월부터 약 3개월 동안 A씨를 몰래 따라다녔다는 주변 지인들의 진술 및 자료 등을 확보해 스토킹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프로파일러들의 면담 내용을 분석해 김태현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검사, 정신감정 여부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은 오는 9일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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