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銀 예금 해지 9달새 최저
- 요구불예금도 28조 급증하며
- 한달간 5대 은행에 30조 유입
- 증시예탁금 한달새 10조 급감
- '빚투' 신용대출도 줄어들어
- 금리가 향후 자금흐름 결정

시장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시중 자금흐름도 바뀌고 있다. 증시에서는 돈이 빠지고 예금이자라도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지난 2월 한 달 동안 시중은행에 30조원이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최대 10조원이 빠져나가면서 지난 1월까지와는 정반대 '머니무브(자금 이동)'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향후 머니무브 방향은 국내외 금리 움직임이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단기자금이 주로 머무는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638조239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609조2868억원)보다 28조9529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 대비 1월 말 요구불예금이 6조3000억원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러운 반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져 일단 은행에 돈을 넣고 관망하겠다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돈을 넣고 적금보다 높은 이자를 노리는 정기예금도 최근 급증했다. 올해 1월 말 626조8920억원에서 2월 말 630조3472억원으로 한 달 새 3조4552억원 불어났다. 금융권에선 정기예금 증감을 최근 '머니무브'의 지표로 삼고 있다. 예금이 감소할 동안(작년 10월~올해 1월)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말 640조7000억원이었던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이후 3개월 연속 급감했다. 작년 12월에는 한 달 새 7조5000억원이나 감소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초저금리로 예금금리가 연 1%대로 묶이자 예금 이탈 행렬이 이어진 데다 때마침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며 예금을 깨고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2월 자금흐름은 이와 상반된다. 시중은행 월별 정기예금 중도해지 금액은 지난 2월 4조5845억원에 그쳤다. 이는 작년 5월(4조2595억원)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을 깨고 주식에 투자하기엔 불안하다는 심리가 작용한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고로 인해 예금을 해지하려는 수요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빚투(빚 내서 투자)'가 맹위를 떨쳤지만 신용대출 규제와 시장금리 인상으로 주춤해졌다. 작년 11월 한 달 만에 5조원 가까이 뛰는 등 줄곧 급증세를 보인 신용대출은 잔액이 135조1844억원으로 1월 말(135조2400억원)보다 556억원 줄었다. 인터넷은행에서도 대출 증가 속도가 더뎌지고 예금이 늘어나는 흐름은 비슷했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은 1월 말보다 1178억원 급감했다. 예금 등 수신 잔액(21조2640억원)은 한 달 새 1조347억원이나 늘었다.

은행과 달리 주식시장은 2월에 코스피 3000선이 붕괴될 정도로 변동성이 커지자 돈이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74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던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달 말 63조9000억원까지 10조원 이상 급감했다. 연초 68조2000억원에서 시작한 고객 예탁금은 코스피 상승과 함께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지수가 횡보하면서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엔 1~2월 개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35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예탁금이 감소한 이후 은행 등에서 더 이상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발생한 현상이란 분석이다. '빚투' 지표인 증권사 신용융자(신용대출) 잔액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22조2000억원까지 늘어났던 신용융자 잔액은 최근 일주일 새 1조원 감소해 지난달 말 기준 21조1000원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답답한 상황을 연출하자 일부 자금은 한동안 관심 밖에 있었던 펀드로 유입되는 모습도 보인다. 작년 말 47조5000억원이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49조3000억원으로 두 달 동안 1조8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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