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GTX 역사 환승센터 시범사업 공모'를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 사진 = 뉴시스 ]

지하철 등 광역 교통망 개통은 부동산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호재 중 하나다. 직장이나 학교로 이동이 쉬워지고 유동인구가 늘어 상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동부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통 소외 지역이던 수도권 서부 지역은 그간 집값이 저평가돼 있던 덕에 경전철, GTX 개통 일등 수혜 지역으로 꼽히곤 한다.

최근 수도권 서남부권역에서 가장 ‘핫’한 노선 중 하나는 신안산선이다. 당장 2024년 개통을 앞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교통 소외 지역이던 서울 금천구와 경기 안산, 시흥 지역을 서울 도심으로 곧장 연결한다는 기대가 크다. 예정대로 2024년 개통되면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여의도역까지 25분, 안산시에 위치한 원시역에서 여의도역까지 3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신안산선이 개통할 경우 직접 영향을 받을 만한 곳으로는 시흥 목감지구와 장현지구, 안양 석수역 일대 등이 꼽힌다.

우선 시흥시 동쪽에 위치한 목감지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만2000여가구가 입주를 마친 택지지구다. 광명역세권까지는 직선거리로 2㎞ 남짓, 가산디지털단지까지는 12㎞에 불과하지만 대중교통 환경이 열악했던 탓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교통 불모지’였던 목감지구에 신안산선이 개통하고 나면 목감역(가칭)에서 여의도·강남·시청 등의 업무 지역으로의 이동이 한결 수월해진다. 여기에 지난해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까지 개통하면서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한층 개선됐다.

장현지구는 장현동, 장곡동, 광석동, 능곡동, 구자동, 하중동 일원에 위치한 공공택지지구. 총 면적 약 293만8900㎡에 1만8000여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는데 시흥시 택지개발지구 중에서는 배곧신도시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시흥시 다른 택지지구보다 늦게 분양해 아직 한창 입주가 이뤄지고 있지만 장현지구는 앞으로 ‘트리플 역세권’이 될 지역이라 특히 눈길을 끈다.

신안산선뿐 아니라 월곶~판교를 잇는 노선이 개통할 예정이고 2018년 개통한 소사원시선도 장현지구(시흥시청역)를 지난다.

또한 트리플 역세권이 조성되고 나면 시흥시청역에는 복합환승센터가 만들어질 예정. 준고속열차도 정차할 계획이 세워져 있어 앞으로 시흥시의 교통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교통망 분석가 황성환 씨(필명 IGO빡시다)는 “트리플 역세권인 시흥시청역은 같은 지구 장곡역(월곶판교선), 연성역(서해선)과도 연결되는 만큼 앞으로 주택 수요층이 장현지구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안양시에서는 석수역 일대를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시와 광명시, 안양시 경계에 위치한 1호선 석수역은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바로 아래 위치했지만 사실 주거 환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인근에 노후한 중소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데다 왕복 10차선 도로에는 차량 통행이 많아 소음이 상당하다.

하지만 석수역에 신안산선이 2024년 개통하면 영등포역에서 여의도, 서울역, 공덕역까지 1~3개 정거장이면 이동할 수 있다. 석수역에서 멀지 않은 석수전화국사거리에는 월곶~판교선도 들어설 예정인데, 일대가 수도권 서남부 지역을 종횡으로 연결하는 주거지가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석수동 일대에 신안산선, 월곶판교선이 모두 들어서면 서울역과 여의도 등 일자리가 몰린 지역으로 출퇴근하기 좋아질 것”이라며 “서울시가 신안산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석수역 일대를 ‘서울 관문도시’ 1단계 지역으로 지정해둔 만큼 일대 개발이 주변 부동산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월곶판교선이 지날 안양역, 안양운동장역 인근 부동산도 수혜지로 꼽힌다.

서울에서는 신길뉴타운이 경전철 효과를 톡톡히 볼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 신길뉴타운 주민들은 단지 입지에 따라 7호선(신풍역·보라매역)이나 1호선(영등포역)을 이용한다. 각각 서울 강남이나 도심으로는 이동하기 편리한 노선이지만 여의도나 서울 서남권으로 이동하기는 불편했다. 앞으로는 신길뉴타운 동·서쪽에 신안산선과 신림선이 들어선다. 2022년 서울 경전철 신림선이 개통되면 5호선 여의도와 2호선 신림역으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이어 2024년 신안산선이 완공되면 신풍역을 통해 1호선 영등포역과 5호선 여의도역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착공 또는 완공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GTX는 그간 상대적으로 교통 여건이 열악했던 수도권 서부 부동산에 대형 호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장 확실한 호재는 교통 호재, 그중에서도 GTX”라며 “수도권 서부에서는 GTX A, B노선이 지나는 인근 지역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이 본격화한 A노선, 그중에서도 고양시에 주목한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GTX A노선은 이미 공사 중이고 2023년 개통이 목표인데 GTX 사업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르다”며 “그중에서도 서울 도심과 가장 거리가 먼 고양 일산신도시, 파주 지역은 수혜를 가장 많이 입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GTX A노선이 직접 지나는 고양시 대곡역, 킨텍스역, 파주 운정역을 꼽았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본다면, 그리고 인천에 기반을 둔 수요자라면 GTX B노선이 지나는 지역을 장기적으로 눈여겨봄직하다.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을 잇는 GTX B노선은 2019년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GTX B노선이 개통하면 인천 송도에서 서울역, 여의도, 용산, 청량리까지 단숨에 주파 가능해진다.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82분가량 걸리던 이동 시간은 27분으로 단축된다. 이 때문에 B노선 거점역으로 지정된 인천 송도역과 인천시청역, 부평역 인근 부동산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GTX B노선은 아직 착공을 하지 못한 상태다. 2022년 중 착공이 목표인 만큼 완공 때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되, 장기 투자를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GTX의 경우 사업 기간뿐 아니라 이용요금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정확한 요금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앞서 국토교통부가 공개했던 GTX A노선 킨텍스역에서 서울역까지 운임 요금은 편도 3500원 수준이다. 맞벌이 부부가 한 달 동안 이 요금으로 출퇴근을 한다면 약 30만원이 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향후 GTX 운임이 편도 기준으로 5000~7000원까지 뛸 가능성도 있다”며 “교통비 부담이 급증하면 서울 재진입 수요가 늘어 수도권 외곽 집값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전철이든, GTX든 신설 노선을 따라 투자하는 것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긴 사업 기간은 항상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철망 구축은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비 타당성 조사 발표, 기본계획 수립 뒤에도 입찰 방법 심의, 기본·실시 설계 등 사업 절차가 많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착공에 들어가도 예산이 줄면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는 허다하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뒀다 해도 착공한 뒤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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