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뉴시스 ]

오랜 기간 저평가됐던 수도권 서부 지역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광명과 시흥을 3기 신도시 추가 지역으로 발표하면서 광명과 신도림을 연결하는 경전철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더욱 주목된다.

잠시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살펴보자. 지금은 지하철 4호선 기준으로 동쪽에는 지하철역이 비교적 빽빽이 들어서 있다.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를 중심으로 왕십리나 청량리 일대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서쪽은 상대적으로 휑하다. 역과 역 사이 거리도 멀고 동부처럼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서부 지역 역시 동부 못지않게 다양한 노선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생기기까지 크게 4~5단계 과정을 거친다. 각종 소문 → 도시계획 포함 →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 → 착공 → 완공 순으로 진행된다. 단계별로 계획 중인 수도권 서부 지하철 노선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018년 개통한 서해선은 어느새 수도권 서남부 핵심 노선 중 하나로 떠올랐다. 경기 부천(소사)에서 안산(원시)을 잇는 복선전철이다. 서해선 개통 이후 부천에서 안산까지 자동차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리던 거리를 전철로 33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됐다.

안산은 부천이나 서울 구로와 실제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지하철로 안산에서 부천이나 구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산본-안양-금천 방면으로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서해선 개통으로 이 같은 고민이 단숨에 해결됐다. 특히 시흥 시민 만족도가 높다. 시흥시는 시가지 사이 거리가 멀기로 유명하다. 서해선은 전체 50% 구간 이상이 시흥 지역을 지나는 덕분에 분리된 시가지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수인선도 눈여겨볼 만한 노선이다. 지난해 9월 수인선 전 구간이 개통했다. 수인선은 그간 구간별로 차례차례 연결돼왔다. 2012년 1단계인 ‘오이도~송도 구간(13.1㎞)’이 개통했고 2단계 ‘송도~인천 구간(7.3㎞)’은 2016년 운행을 시작했다. 마지막 3단계인 ‘수원~한대앞 구간(19.9㎞)’이 지난해 개통되면서 비로소 전 구간 운행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 개통된 수인선 3단계 의미가 큰 것은 수원역 동쪽으로 분당선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명 ‘수인분당선’이 완성됐다는 평가다. 수인분당선은 역 개수가 총 63개, 길이 108.1㎞의 초장거리 도시철도로 거듭났다. 인천에서 출발해 수원-분당-강남-청량리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서남부를 아우르는 직통 노선이 탄생한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서울을 오가기 막막했던 김포 시민은 2019년 운행을 시작한 김포도시철도 덕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김포 양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김포시를 관통하는 노선으로 ‘김포골드라인’으로 불린다. 비단 노선 색이 ‘금색’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종점인 김포공항역에서 ‘원조 골드라인’인 9호선과 연결되며 김포 시민의 강남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미 착공을 한 노선 중 가장 빠른 개통이 예상되는 노선은 신림선이다. 2017년 착공에 들어간 신림선은 관악산역(서울대)을 시작으로 여의도 샛강역까지 이어진다. 총 11개 정거장으로 구성됐으며 이르면 내년 개통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환승역인 샛강역과 대방역, 보라매역, 신림역은 기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신설되는 7개역 중 서울지방병무청역, 보라매공원역, 보라매병원역, 당곡역, 숯고개역, 관악산역 등 6개 역은 이름이 결정됐다. 다만 숯고개역과 관악산역 사이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짓고 있는 신설역 이름은 정하지 못했다.

신림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에서 지하철 교통이 불편했던 관악구를 남북으로 잇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1, 2, 7, 9호선을 지나는 역과 환승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대곡소사선은 당초 올해 7월 개통 예정이었지만 최근 설계 변경, 하저터널 보강공사 등의 이유로 완공 시점이 늦춰졌다. 2022~2023년은 돼야 완공이 가능할 전망. 대곡소사선은 지하철 3호선·경의중앙선 환승역인 대곡역과 1호선·서해선 환승역인 소사역을 잇는다. 총 길이 18.36㎞로 꽤 긴 편이다. 수도권 서부 지역의 남북을 가로지른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고양시에서 서울 강남 업무지구까지 이동 시간이 현재 1시간 10분에서 40분 정도로 단축될 전망이다.

2019년 착공한 신안산선은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노선이다. 구로디지털단지, 여의도 등 직장이 많은 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신안산선은 3조3465억원을 들여 안산·시흥에서 여의도에 이르는 44.7㎞ 구간에 광역철도를 놓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나 노선 길이 등 여러 측면에서 수도권 서남부 핵심 노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안산선은 총 15개 역으로 구성됐다. 이 중 환승역은 총 6곳. 구로디지털단지역(2호선), 신풍역(7호선), 광명역(1호선), 석수역(1호선), 영등포역(1호선), 시흥시청역(월곶판교선)이다.

무엇보다 KTX를 이용할 수 있는 광명역을 지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서울 서남부 지역이나 군포, 안양 등에 거주하는 사람은 KTX 이용이 어려웠다. 인근에 지하철 1호선을 운행하는 광명역이 있지만 지선으로 배차 간격이 길어 불편했다. 신안산선 광명역이 생기면 KTX 신길뉴타운이나 목동, 구로 등에 거주하는 사람은 광명역 이용이 보다 편리해진다.

안산, 시흥 지역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당장 시흥 목감지구에서 여의도까지 30분 내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신안산선 2단계 연장 노선으로 여의도에서 서울역까지 잇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착공계획이 잡혀 있는 노선은 여럿 있다. 월판선은 시흥 월곶부터 시작해 광명, 과천을 거쳐 판교로 이어진다. 수인선 월곶역에서 KTX 광명역을 지나 경강선 판교역(신분당선 환승)까지 40.3㎞를 신설하고, 역사 8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2조1752억원. ‘제2의 강남’이라 불리며 업무 단지가 밀집한 판교로 이어지는 노선인 만큼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월판선은 이르면 내년 8월 착공 예정. 총 10개 공구 중 1·6·8공구를 우선 착공하고 나머지 7개 공구는 2022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에서는 여러 경전철 착공 계획이 잡혀 있다. 우선 서부선은 은평구 새절역(6호선)에서 명지대, 신촌, 여의도를 거쳐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까지 총 16.2㎞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정거장 16개와 차량기지가 건설된다. 사업비는 1조5203억원.

서부선은 서울 서부 지역을 남북으로 연결한다. 서울 서북부와 서남부를 연결해 새로운 교통축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현재로서는 2023년 착공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으며 공사 기간은 약 6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난곡선 경전철은 신림선 경전철에서 나눠지는 도시철도다. 난향동에서 보라매공원까지 잇는 4.08㎞ 구간이다. 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 2020년 11월 국토부 사업 승인이 완료됐다. 난곡선은 지하철 교통 소외 지역인 난곡동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다. 관악구는 2022년 착공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광역교통계획에 포함된 노선도 주목할 만하다. 강북횡단선은 2019년 2월 발표된 ‘제2차 서울특별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노선이다. 당시 새로 논의된 총 11개 노선 중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강북횡단선은 청량리에서 정릉, 상암DMC를 거쳐 목동을 연결하는 총 길이 25.72㎞ 노선이다. 서울 홍릉, 월곡, 길음, 정릉, 국민대, 평창동, 상명대, 등촌동 등 철도교통 서비스가 낙후된 지역을 주로 지난다. 서울 강북과 강서 일부 지역을 동-서로 횡단하기 때문에 ‘강북판 9호선’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목동선 역시 강북횡단선과 함께 2019년 구축계획에서 새로 포함됐다. 양천구 신월역을 기점으로 신정동, 목동, 영등포구의 당산역까지 총 12개역을 연결한다. 전 구간 지하화되며 2022년 착공이 예정됐다.

원종-홍대선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서부 광역철도 사업. 홍대입구-DMC-상암에 이어 한강 이남으로는 가양-강서구청-화곡-신월-부천 원종까지 잇는 노선이다. 부천시와 서울 서부권 연결이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 신월동, 상암동 등 지하철 노선 공백 지역을 지난다는 점에서 인근 주민 기대가 크다. 최근에는 원종홍대선을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기약 없이, 소문만 들리는 노선도 꽤 있다. 선거철이면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리며 기대감을 높이지만 실제 공사가 시작할지는 불투명한 노선이다.

구로 항동지구에서 양천구청으로 이어지는 ‘신구로선’은 2008년 처음 제안된 이후 지금껏 답보 중이다. 과거 서울시에 담당 부서까지 결정될 정도로 논의가 꽤나 진행됐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철도계획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하다.

8년 가까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안’도 대표적인 ‘희망고문 노선’ 중 하나다. 2016년 정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망 신규 사업에 포함됐지만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고 오는 4월 발표 예정인 4차 계획에 포함되지 않으면 최종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인천에서 표류 중인 계획도 여럿 있다. 인천과 구로를 연결하는 복선전철 노선 ‘제2경인선’도 그중 하나다. 지난 1월 예비 타당성 조사 ‘보류’가 결정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제2경인선은 당초 구로차량기지 부지를 지나도록 설계됐는데, 구로에서 광명으로 이전하려던 차량기지 이전 사업을 재검토하면서 제2경인선 역시 후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제2공항철도’ 역시 난관이 많다. 숭의역에서 출발해 인천역, 영종하늘도시를 거쳐 인천공항2터미널역을 잇는 노선으로 정부 제1·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포함됐지만 타당성 부족으로 3차 계획에서는 제외됐다. 인천대교·영종대교의 민자 사업자 손실 비용 보존 문제, 인천역-영종하늘도시 간 해저터널 건설 비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빠른 시일 내 진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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