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배당성향 22.7%에 해당하는 보통주 1주당 1500원 배당을 결정했다. 금융당국 권고기준 20%를 넘어선 규모지만 2019년 배당성향보다 낮춰 일정 정도 부응하려는 의사를 나타냈다.
신한금융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0년 배당 계획을 결의했다고 3일 밝혔다. 보통주 배당 총액은 7738억원, 배당수익률은 4.5%(기준주가 3만3200원)다. 전환우선주에도 주당 1716원씩, 총 300억원을 배당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말 은행권에 올 상반기 내내 배당성향 20% 내에서 배당을 단행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이 흡수력을 최대한 갖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당국은 지침 명분으로 2021년 성장률 -5.8%와 L자형

[ 사진 = 뉴시스 ]

장기침체 등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지를 내밀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이 허들을 넘지 못하는 바람에 배당성향 20% 지침을 수용했다. 국내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씨티은행이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 기준 보통주자본비율 8%, 기본자본비율 9.5%, 총자본비율 11.5%를 넘어서 테스트를 통과했다.

두 은행 중 씨티은행은 당국 지침을 받아들였지만 신한금융은 다른 선택을 했다. 금융당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재일교포와 지난해 유치한 어피니티, 베어링 등 주주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4146억원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2019년의 25.97%를 밑도는 수준에서 정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지침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59%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등 주주들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국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주주들에게 성의를 보이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비율을 개선하고 코로나19 리스크에 대응해 왔다”며 “증가한 자본력을 활용해 경상수익력을 높이고 이익규모를 확대해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만 아직까지 배당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2019년 배당성향이 업계 최고인 27.0%에 달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당국 지침을 벗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30.2% 급감한 1조3073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쟁사들과 달리 증권 등 자회사를 거느리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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