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흘간 이어진 삼일절 연휴에 주요 실내 쇼핑몰과 관광지 등에 인파가 몰리면서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삼일절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막았던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규제 조치를 내리지 않아, 방역 조치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 백화점은 개점 후 첫 휴일이었던 지난 연휴 기간 방문객이 몰렸다. 개장 나흘 만에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는 ‘#더현대서울’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1만6000여개가 올라왔다. 연휴 내내 이곳 방문객이 몰리면서 여의도 일대에는 한때 교통체증이 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백화점을 찾은 방문객 A씨는 "교통경찰까지 동원돼서 교통 정리를 했지만, 주차부터 대기시간이 1시간이었다"며 "에스컬레이터마저 줄을 서서 타야 해 결국 식사는 포기했다. 서울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B씨도 "백화점 오픈 30분밖에 안 지났는데 거의 모든 식당이 줄이 엄청났다.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며 "바로 옆 IFC몰로 피신했는데 마찬가지로 북적였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 관광지에도 나들이객들이 몰렸다. 2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달 27일 전국의 고속도로 교통량은 483만대가량으로 추정된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전날 전국 고속도로 이용 차량도 375만대에 달했고 오후 5시 이후 서울 방향 고속도로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에는 지난 26일부터 나흘간 약 12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코로나 확산 상황은 3차 유행 발생 이후 겨우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이날까지도 300~4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완만한 감소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탓에 3차 유행의 여파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5000만명 중 겨우 0.04%에 해당하는 2만여명만 1차 접종을 한 상태"라며 "아직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기라 벌써 코로나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환절기는 호흡기 바이러스 전염력이 높아 오히려 더욱 주의해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방역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쇼핑몰 등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큰 실내 다중이용시설에는 별다른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던 데 반해 삼일절을 비롯한 공휴일 도심 집회에 대해서는 엄격한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삼일절에는 총 1670건의 집회가 신고됐지만, 정부는 일찌감치 불허하겠다고 밝혔고 법원도 신고인원 20명이 넘는 집회에 대해 금지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서울 전체에 18개 중대 700여명의 경찰관을 배치해 울타리와 차벽을 세워 삼일절 집회를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천 교수는 "삼일절 집회 같은 경우엔 당일날 비가 내렸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실내 쇼핑몰은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모일 뿐만 아니라 취식까지 하기 때문에 감염이 많이 퍼졌을 수 있다"며 "집회만 막을 것이 아니라 실내 쇼핑몰이나 학교, 공장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사전 검사를 진행하는 등 보다 세밀하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오전 가진 브리핑에서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떤 방식으로 개편할 지 등에 대해 방역 당국과 의료계 전문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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