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당정청이 최근 재난지원금, 가덕도 신공항, 검찰개혁 등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 잇달아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2단계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오며 총체적 난맥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에선 검찰개혁을 둘러싼 메시지 혼선이 빚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통해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의 '수사권 개혁 안착' 메시지에 대해 유영민 비서실장이 "속도조절을 당부한 것"이라고 하자 김태년 원내대표가 "정확한 워딩이 (속도조절이) 아니지 않으냐"고 제동을 걸었다. 

 당 검찰개혁 특위 대변인인 오기형 의원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속도조절론에 대해 "저희는 고민해본 적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국회가 추진하는 여러 개혁을 어떤 속도로 어떻게 진행해야 된다는 걸 명시적으로 대통령이 말한 건 아니라고 본다"며 "당은 그 일정(3월 발의, 6월 처리)을 기준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당 내부에서 2단계 검찰개혁에 대한 반대가 표축됐다. 

이상민 의원은 중대범죄수사청 추진 움직임에 대해 수사기관 난립, 반부패 수사 역량 저하가 우려된다며 공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기식 전 의원도 라디오에서 "아직 검찰개혁 시즌1이 시행도 안 됐는데 지금 시즌2를 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인 것은 분명하다"며 "여당 내 이견도 조정되지 않았는데 무슨 작전하듯이"라고 지적했다. 

임기말 논란은 오히려 정부 부처 쪽에서 더 뚜렷하게 감지된다.
26일 본회의 처리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놓고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법무부가 우려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지난 19일 국토위 전문위원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4차 재난지원금 추진 과정에서도 당은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급을 함께 협의해야 한다"(이낙연 대표)는 입장이었지만 기재부는 "한꺼번에 모두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홍남기 부총리)라며 정면 충돌을 불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도 재난지원금 편성에 소극적인 홍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향해 "정말 나쁜 사람"이라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말 관료집단이 몸을 사리는 것은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라지만, 이처럼 대놓고 '반기'를 드는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공무원 출신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많은 공무원이 이 정권이 들어선 뒤 적폐로 몰려 옷을 벗었다"며 "이를 목도한 후배들로선 '난 부당한 지시를 안 따랐다"는 걸 보여주려고 셀프 보험을 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은 당정청 공조에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의견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그때마다 다 조정해왔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19일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안정적인 당정청 모습을 보여준 때가 없지 않았을까"라고 자평했다. 

원내 관계자는 "문재인당에 레임덕이 어딨느냐"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4월 재보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권력의 무게추가 청와대에서 당으로 쏠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정권 재창출 노력 차원에서 '대선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저작권자 © 시사비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