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축년(辛丑年) 올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전 국민 백신 무료접종을 통해 방역 전선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이번 신년사에 담겼다.

문 대통령은 이날 26분가량 진행된 총 8200자 분량의 신년사를 통해 '회복·포용·도약'을 새해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포용·혁신·공정' 3대 축을 밑바탕으로 성과 체감의 원년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극복과 일상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함께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라며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을 재발견한 해였다"며 "2021년 올해는,회복과 포용과 도약의 위대한 해로 만들어 내자"고 다짐했다.

◆ '전 국민 무료 백신 접종' 첫 언급…온전한 일상 회복 의지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전 국민 백신 무료 접종'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평범한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라며 "점차 나아지고 있는 방역의 마지막 고비를 잘 넘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며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백신 실기론'과 달리, 이제는 충분한 양의 백신이 확보된 만큼 전 국민 무료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빠른 집단 면역 형성이 방역 모범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인식도 담겼다. 정부는 다음 달 우선 접종 대상부터 시작해 3~4분기까지 전 국민 60~70% 백신 접종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신년사에서 최다 언급된 단어는 '국민' 34차례, '경제' 29차례, '국가' 18차례. '회복' 16차례, '코로나' 16차례 순이었다. '회복' 단어가 상위권에 오른 것 역시 문 대통령의 코로나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불확실성들이 많이 걷혀, 이제는 예측하고 전망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제' 언급 급증 17회→29회…"상반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경제' 관련한 언급은 확연히 늘었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도 빠르고 강한 회복을 이룰 것"이라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성과를 위해 '경제'를 17차례 언급했었다. 올해는 29차례 언급했는데,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 극복을 통한 경제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문 대통령은 "상반기 중에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확장적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110조 원 규모의 공공과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 회복의 목표치로 '올 상반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지난해 선방했던 경제 실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3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고, 12월 수출 또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그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자신감도 반영됐다.

◆ '통합' 대신 '포용'으로 단어 수정…'사면론' 거리 두기

신년사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 선고가 남은 상황인만큼, '사면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워 올린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론'에 이어 지난 8일 신년인사회에서 문 대통령이 '통합'을 새해 화두로 꺼내 들면서 관심이 증폭됐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신년사에서는 '통합' 대신 '포용'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면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국정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을 6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도 한층 강화된다"며 "앞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상병수당 등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생 회복과 안전망 확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불편을 참고 이웃을 먼저 생각해주신 국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격차를 좁히는 위기 극복'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 文, 부동산 민심 들끓자 첫 사과…공급확대 주력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정책에 따른 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여러 차례 자신감을 보여왔다.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선 "부동산 대책은 물론 정부의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언론에서도 효과를 긍정적으로 봐주면 실제로 효과가 먹힌다"고 자신했다.

또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며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 대란 등 부동산 정책 불신이 가중되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이번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첫 공식 사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일부 자인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변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는 다주택자를 줄이기 위한 이른바 '시장 압박용'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국판 뉴딜·2050 탄소 중립 정책 이행에도 속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국정 과제 역시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이라면서도 지난해 법검 갈등 등을 염두에 둔 듯 "모두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현장에 자리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갈등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고 다짐했다.

아울러 기후변화 해결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를 기후변화 협약 이행의 원년으로 규정하며 "올해 안에 에너지와 산업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외교 다변화 의지도 함께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진행 중인 서비스 투자 FTA,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메르코수르, 멕시코 등 태평양 동맹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고 CPTPP 가입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도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평화 언급 지난해 대비 확연히 줄어…16회→6회로

'평화' 관련한 언급은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신년사에서 '평화'를 6차례 사용했다. 2019년(13번), 2020년(16번)과 비교해봤을 때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북미 대화 경색과 함께 코로나19 국면으로 남북 대화가 1년 가까이 단절된 상황이 고스란히 묻어나온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국면을 고려한 듯 북한을 향해 '비대면' 방식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북한의 호응만 뒤따른다면 형식과 상관 없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틔워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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