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오르는 전세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서울 외곽과 김포, 파주 등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 매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두더지 잡기’식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을 넘어 지방 대도시까지 집값 상승세가 번져가고 있다. 특정 지역의 집값이 치솟으면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곧이어 정부 규제를 피한 인근 지역의 집값이 치솟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 7일 조사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는 1주일 새 2.77%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경기도 파주는 1.39% 올라 상승률 2위에 올랐다. 부산 강서구와 파주의 아파트값이 치솟은 이유는 국토부가 지난달 19일 경기도 김포와 부산 해운대구 등 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한 것에 대한 ‘풍선 효과’ 때문이다.

특히 파주는 사실상 수도권의 마지막 남은 비(非)규제지역이다.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새롭게 포함되면서 김포로 쏠리던 매수 수요가 비규제지역인 파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인 11월 16일 0.74%였던 파주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3주 만에 1.39%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김포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2.28%에서 0.48%로 급락했다.

실제로 파주 목동동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99㎡는 11층 매물이 지난달 26일 9억1000만원(11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최근 호가(呼價)는 10억원까지 나왔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땜질식 대책만 내놓는 탓에 전국이 집값 급등과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이 들썩이는 곳만 골라서 규제하는 ‘핀셋 규제’에 몰두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규제만 늘어났다. 

서울 강남권에 집중되던 정부 규제대상이 수도권에 이어 지방까지 확산됐다. 2017년 8월 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때 전국 42곳이던 조정대상지역은 현재 75곳으로 늘어났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30~50%로 제한되고, 2주택 이상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전세난 대처도 미흡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월세 가격은 안정됐다”고 자화자찬했으나 올해 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시작된 ‘전세 품귀, 가격 폭등’ 현상은 전국으로 번져갔다. 

시장에선 중산층이 원하는 아파트 전셋집이 부족해 난리인데, 정부는 빈 임대주택·호텔방 등을 활용한 전셋집 공급 계획을 꺼내들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불안한 시장 상황을 쫓아다니며 대책을 궁리해서는 집값 안정은 요원한 일”이라며 “공공 주도가 아닌 민간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 서울로 집중되는 주거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광역 교통망 건설 가속화 등 수요자가 원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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