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기자회견하는 옆으로 모니터에 '화웨이' 로고가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도입을 처벌하기 위해 중국 고위 관리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존 울리엇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2020.7.16 / 사진 = 뉴시스 ]

미국 의회가 중국 IT 업체의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자국 군대와 군사 장비 배치를 재고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미 행정부가 화웨이와 ZTE(중싱) 등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의회까지 나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법안이 현실화한다면 LG유플러스가 부분적으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고 있고 미군이 3만명 가까이 주둔 중인 한국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내년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화웨이, ZTE처럼 위험한 5G 또는 6G 네트워크 공급자를 쓰는 국가에 미국 장비나 추가 병력이 영구 주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3일 합의했다.

법안이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를 지목해 눈에 띈다.

미국 의회는 조만간 새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국방수권법안은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조만간 의회를 통과하고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의 5G 장비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한국을 포함한 우방에 중국 업체를 배제하라고 요구해왔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G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기밀이 새어나간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화웨이의 5G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는 미국 정부가 중국 5G 굴기 견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3년부터 4G(LTE) 전국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적용, LTE망 30%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4G와 5G망의 호환성 때문에 5G 구축에도 화웨이 장비를 활용, LG유플러스 5G 기지국도 30%가 화웨이 장비가 활용됐다. 

이에 미국 정부는 LG유플러스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은 지난 10월 열린 제5차 한미고위급 경제협의회에(SED)에서 '클린 네트워크'에 한미 안보 차원에서 동참을 요구하는 뜻을 나타냈다. 클린 네트워크란 중국 IT 기업의 5G 통신망과 모바일 앱,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려는 정책이다. 그러면서 당시 국무부의 자료에 중국산 5G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례로 다른 나라 업체와 함께 한국의 SK텔레콤과 KT를 명시하고 LG유플러스는 제외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월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과 KT를 화웨이 등 중국 장비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깨끗한 통신사"라고 평가하며 LG유플러스를 우회 압박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 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5G 장비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해당 장비를 교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호환성 때문에 이미 구축된 LTE 장비까지 동시에 교체해야 해 비용이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동통신 3사간 5G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교체 작업까지 가중될 경우 비용뿐 아니라 사업 기회를 실기하는 타격까지 감수해야 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미국 정부 및 군 시설 주변 기지국에는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지 않다"며 "또한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검사를 강화했고 검증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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