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어난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부지부에서 의료진이 냉장고에서 백신을 꺼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현재까지 16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독감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에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 아니라는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과 사망간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보건당국은 백신 생산부터 유통·분배·접종 전 과정을 점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백신 전 과정을 재점검해 불안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며칠새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일각에선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처럼 사망자가 계속 나올 경우 보건당국이 또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22일 오전까지 파악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총 16명이다. 지난 16일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한 이후 20일 고창, 대전, 목포에 이어 지난 21일 제주, 대구, 광명, 고양, 안동 등에서도 추가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다. 지난 16일 처음 인천에서 사망한 고등학생을 제외하고 사망자는 모두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고창(77세), 대전(82세, 79세), 대구(78세), 제주(68세), 서울(53세), 경기(89세) 등이다. 

현재까지 이들 중 6명이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고령자들이 흔히 앓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이다. 반면 이날 대전에서 사망한 70대 여성처럼 지병 없이 건강한 경우도 있어 불안감이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이 아직까지 사망자들과 백신간의 상관 관계가 적다고 보는 이유는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 제품과 제조번호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선 독감 백신은 오랜 기간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기에 일부 사망 사례로 인해 백신 접종을 미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에도 고령자들에게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했었다”며 “아직 이들의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백신 때문이라고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일부러 맞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고령자, 영유아, 임산부 등 독감 고위험군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백신은 몸 상태가 좋은 날 맞아야 하고 접종한 후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잘 살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가뜩이나 상온 노출 사건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인과 관계가 확실히 밝혀진 뒤에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불안감에 떨 수 밖에 없다. 한 누리꾼은 "어제까지만 해도 4명이였다. 오늘은 벌써 16명이다 심각한게 아냐?"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독감 백신과 관련해 정부와 제약회사 간 뒷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해야할 필요가 있다"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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