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위서 보글보글…음~ 구수한장맛
종로3가 '뚝배기집' 일본 관광객 필수코스
경기 안성 '서일농장' 3천개 장독대서 묵혀 제맛


된장과예술

된장의 역사는 길다. 된장의 재료는 콩이고, 콩의 원산지는 만주다. 일찍이 중국인들이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에 기록한 내용, 즉 "고구려 사람들은 장을 잘 담고 술을 잘 빚는다(善醬釀)"는 것이 바로 된장, 김치를 포함한 발효식품과 술을 말하는데 그 역사는 족히 2천 년을 넘긴다. 고조선의 땅인 만주 남부지역에서 콩이 자생했고, 그 콩이 중국으로 건너갔다. 19세기 말에 콩은 미국으로 건너간다. 불과 100년이 되지 않아 미국은 세계 최대 콩 수출국이 되었다. 

청국장은 '속성 된장'이다. 청국장, 된장, 담북장 등은 이름이 다르고, 내용도 부분적으로 다르나 모두 '콩 발효식품'이다. 우리 선조들은 된장, 청국장, 담북장과 더불어 여러 종류의 콩 발효식품을 이용했다. 간장도 만들고 고추가 들어오자 고추장도 만들었다. 

신라시대부터 귀한 재료 

<삼국사기>에는 신라시대 신문왕 편에 메주(豉시)가 나온다. 신문왕이 왕비를 맞을 때 예물로 메주를 보냈다는 내용이다. 서기 683년의 일이다. 메주는 필수적이면서 귀한 식재료였다. 조선 말기에 편찬된 <해동역사>에는, 중국의 <신당서>에 이미 "발해의 풍속에서 귀하게 여기는 것은 책성(柵城)의 메주다"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삶은 콩과 소금을 배합하여 따뜻한 곳에다 놓고 메주를 띄운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주 좋은 메주, 된장을 먹었다. 흔히 일본의 '미소'와 '낫토'를 우리의 된장, 청국장과 대비하지만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콩 100%로 쉽게 만들지만 미소와 낫토는 쌀가루나 밀가루 등 곡물을 섞어야 한다. 항암성분들도 우리 것이 훨씬 많다. 콩은 한반도 북쪽 고조선의 옛 땅이 원산지이고 된장은 한반도가 원산지인 셈이다.

지금도 좋은 된장을 먹을 수 있는 집들이 있다. 
 

안동할매청국장

종로3가 YBM 뒤편에 가면 아주 작은, 곧 쓰러질 것 같은 단층 건물이 있다. 식사시간에는 일본 관광객을 포함하여 10~20명이 줄서있기 일쑤다. '뚝배기집'이다. 메뉴도 간단하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정도다. 식당 앞쪽의 불판에서는 연신 된장찌개가 끓고 있다. 냉면 그릇에 밥을 담아서 하나씩 준다. 그릇 바닥에 삶은 콩나물이 있다. 모두들 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등받이도 없는 의자 24개가 놓인 이 식당이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양평 '수진원' 콩도 직접재배 

경기도 양평 '수진원'의 창설자 고 정두화 옹은 2006년 타계할 때까지 좋은 된장 만들기에 인생 전체를 걸었다. 유명한 말표구두약의 창립자였고 한때는 고 박태준 포철회장 등과도 친분이 있었던 이다. 중견회사 오너가 어느 날 시골로 가서 스스로 '머슴'이라고 부르고 된장 만드는 일에 나머지 생애를 걸었다. 2년 묵은 된장이 아니면 출하하지 않고 콩도 직접 재배한 것만 사용했다. 현재는 2세가 경영을 물려받았다. 2세도 여전히 돈벌이보다는 좋은 된장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돈벌이는 되지 않지만 '미련스럽게' 좋은 된장을 만들어 한정 분량만 판매한다. 

경기도 안성의 '서일농장'도 마찬가지다. 농장에 들어서면 웬만한 사람은 장독대를 보고 기가 죽는다. 대략 3천개 이상의 장독이 나란히 줄을 서 있다. 농장 내에 식당 '솔리'를 운영한다. 그리 비싸지 않은 청국장 백반이나 된장 백반 등을 먹어보면 "된장, 청국장이 참 맛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도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된장 청국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더러 있다.
 

뚝배기집

대학로에 가면 "사람은 자연식을 먹어야 사람다운 성품을 갖는다"고 주장(?)하는 청국장 전문점이 있다. 연극인들이 자주 찾는 '마미청국장'이다. '집에서 먹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이 가게의 목표다. 아예 청국장 비빔밥을 만들 수 있는 나물 등을 준다. 평범하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

성북동에는 '안동할매청국장'과 '선동'이 있다. 두 집 모두 된장, 청국장 등으로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 '안동할매청국장'은 업력이 길고 '선동'은 주인의 식당 경력이 30년을 넘겼다.

종로통의 '된장예술과술' 인사동의 '툇마루'는 작심하고 만든 된장 전문점들이다. 제법 긴 기간 동안 준비를 하고 콘셉트에 의해서 만들어진 콩 전문점들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비빔밥 용 채소로 부추와 치커리 등을 썰어서 주는데 아주 맛있다. 고추장도 아주 좋다. 저녁에는 간단한 안주로 푸근한 술자리도 가능하다. 

압구정 '군둥이네'도 입소문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후 한결 더 유명해진 사직동 '사직분식'이나 삼성동 한전 본사 옆의 '부옥당', 양재역 부근의 '진주청국장', 신사동 사거리의 '전주청국장간장게장' 등도 청국장, 된장을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을 집들이다. 압구정동 복잡한 골목 안의 '군둥이네'는 심상치 않은 이름이다. 전남 강진군 군동면은 메주와 된장의 메카다. '군동면'이라는 이름에서 '군둥내' 혹은 '군둥냄새'가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강진 군동면의 된장을 가져다 된장찌개를 끓인다. 평범한 된장집인데 젊은 세대들로 들끓는다. 된장은 이미 우리 몸속의 DNA에 녹아 있다. 
 

덕암청국장

지방의 경우 아무래도 호남이 강세다. 전주의 '덕암청국장'은 손님이 채소를 편하게 더 먹을 수 있는 뷔페식으로 운영한다. 전주 IC 입구의 '함씨네밥상'은 유기농 채소 위주의 뷔페식당인데 날 청국장이 아주 좋다. 광주의 '동명콩물'도 음식이 좋은 광주에서 '콩 식품'으로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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