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물론 역사가 아니라 픽션이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광평대군廣平大君 이려李璵가 밀본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다. 물론 엉터리다. 광평대군은 20세 무렵에 수두로 병사했다. 일설에는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서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광평대군은 세종대왕의 다섯째 아드님이나 한글 창제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드라마에서 워낙 세종 이도와 '밀본의 본원' 정기준이 각을 세우니 사람들은 "우리 한글이 저렇게 험난한 과정 속에 만들어진 소중한 글자구나"라고 생각한다. 한글을 아끼는 것은 좋지만 물론 내용은 전체적으로 엉터리다.

서울 수서의 '필경재'는 바로 광평대군의 후손이 운영하는 한정식집이다. 기록에는 광평대군의 묘가 '대모산 자락'이라고 했고 지금의 수서동 일대다. 광평대군은 10대 초반인 열두 살의 나이에 우의정 신자수의 딸과 결혼했고 아들 영순군을 두었다. 본인은 요절했지만 다행히 영순군 이후 후손들은 번성했고, 조선왕조 내내 숱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야기하면 가장 돋보이는 사람들이 바로 광평대군의 후손들이다.

'필경재'의 현판은 성종이 하사한 것이고 건물은 얼마 전 전체를 해체하여 재건축했다. 처음 지을 때는 민가로서는 최대 규모인 99칸이었으나 지금은 40칸 정도만 남아 있다.

'필경재'는 원래 조선시대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을 내놓는 곳이었는데 최근에는 호남음식 냄새도 난다. 홍어 등을 사용하고 간이 강한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음식과 더불어 한옥 건축물이 볼 만하다. 여름철에는 정원에서 후식을 먹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조선시대 반가의 건물로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고 전통건조물 1호로 지정되었다. 점심이 5만 원대이고 저녁에는 10만 원대 이상도 가능하다.
 

필경재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 739-1. 02-445-2115.

석파랑
흥선대원군이 탐낸 석파정

'석파랑'은 조선후기의 건축물로 흥선대원군과 인연이 깊다.

대원군은 집권 후, 안동 김문 김흥근이 가지고 있던 창의문 밖 별장 '석파정'을 탐내서 구매를 원한다. 김흥근이 거절하자 대원군은 꼼수를 생각해낸다. 매입 대신 "며칠만 빌려쓰겠다"고 제안하고 동의를 얻는다. 별장을 빌리자마자 고종의 속가 어머니 민씨 부인이 석파정에 묵고 와병을 핑계로 아들 고종을 부른다. 그 다음 흥선은 "국왕이 머물렀던 외궁 처소를 신하가 쓸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석파정을 빼앗다시피 취한다.

1958년 서예가 손재형이 석파정의 건물 일부를 지금의 부암동으로 옮긴다. 바로 한정식 집 '석파랑'의 별채다. 지금 별채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예약 손님들을 받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건물 양식은 전체적으로 청나라 풍의 냄새가 난다. 현재 식당본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축물은 흥선대원군의 손녀 며느리인 순종효황후 윤 씨의 옥인동 생가를 옮긴 것이다. 참 묘하게도 조부의 정자 한 칸과 손녀 며느리의 생가가 같은 공간에 있다.
 

석파랑

음식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의 재현이다. 건축물은 입식 구조이나 음식이 전통에 근접한 것이어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이다. 서비스도 수준급이고 사용하는 기명들도 좋다. 음식도 좋지만 특히 석파정의 후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수삼부터 유과, 과일, 수정과 등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다. 대추를 사용하는 품새까지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점심은 5만 원대가 가능하나 저녁은 10만 원부터 15만 원정도 예상해야 한다.

서울시 종로구 홍지동 125번지. 02-395-2500.

민가다헌
명성황후 민씨 집안 운영

흥선대원군의 정적 며느리 명성황후와 관련이 있는 건축물 겸 식당은 인사동의 '민가다헌'이다. '민가다헌'은 명성황후의 조카뻘인 민익두 형제가 가지고 있던 건축물이었다. 아버지 민보식이 아들 형제를 위하여 똑 같은 건물 두 채를 이어 지었다. 하나는 현재 '민가다헌'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주차장 자리에 있던 건축물은 월계동 각심재로 옮겼다. 각각 서울시 민속자료 15호, 16호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풍과 서양풍이 섞인 개량 한식이다. 화장실 등을 실내에 둔 것이 특이하다.
 

석파랑

재미있는 것은 건축물만 퓨전인 것이 아니라 '민가다헌'의 음식도 한정식 스타일로 퓨전식이다. 한식이면서 와인과의 결합을 추구한다. 전체적으로 전통의 맛을 살리면서 한식을 양식과 접목시킨 면들이 강하다. 음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재미있다, 특이하다는 평들도 많지만 더러는 너무 왜곡되었다는 혹평도 있다. 점심 단품이 3만 원대고 저녁에는 그 이상이다.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66-7. 02-733-2966.

한뫼촌
무용가 최승희의 생가

흔히 삼청동 입구라고 표현하는 헌법재판소 건너편에 한식집 '한뫼촌'이 있다. 바로 월북한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생가다. 1911년 출생, 1967년 북한에서 숙청되었고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승무를 비롯하여 칼춤 등을 현대화한 신무용가다. 20세에 결혼한 남편 안막을 따라 월북, 1955년 북한에서 인민배우가 되었다. 1958년 안막이 숙청되면서 몰락했다.

최승희의 출생 자체에 미확인인 부분들이 많아서 더러는 '한뫼촌' 한옥이 그녀의 '생가'라는 주장도 있고 더러는 생가가 아니라 '살았던 집'이라고도 한다.

음식은 채식 위주의 간결하고 소박한 밥상이다. 질그릇들을 많이 사용해서 토속적인 느낌을 준다. 가격도 비교적 '착한 편'이다. 3만 원 전후로 푸짐한 밥상을 받을 수 있다.
 

민가다헌

서울시 종로구 재동 46-8. 02-766-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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